토탈리콜 (2012) 일상

1990년에 제작된 폴 베호먼 감독의 <토탈리콜>의 리메이크작이 개봉해서 보러 갔다.

보러 가기 전에 실은 배경이 이제 화성이 아니고 호주-영국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이리저리 검색을 해보다가 발견한 심기가 매우 불편한 글 하나를 읽은터러 짜증내면서 보러 갔는데 ("<토탈리콜>의 왜곡된 오리엔탈리즘이 불편하다." - 이걸 이렇게 해석한 사람이 짜증나서) 재미있게 봤다. 아쉬운건 원작에서 논란이 됐던 "헉 시발꿈" vs "이건 리얼이야"의 느낌이 많이 죽어서 그냥 화려한 SF 스파이물 한편 본 느낌.

1. 전체적인 분위기.

원작의 대사들도 곧잘 나오고 상황들도 연출된다. 색기 넘치던 샤론스톤의 로리 대신 섹시하지만 철근 정도는 씹어먹을 것 같은 차가운 도시 여전사 느낌의 케이트 버켄세일이, 그리고 부담스러울 정도로 튀어나온 근육을 필두로 이상한 발음으로 어색한 연기를 펼치던 아놀드의 퀘이드 대신 균형잡힌 근육과 세련된 영어를 구사하는 콜린 파렐이 등장하면서 뭔가 원작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지 않을까 부불안했었는데 사실 그렇게 큰 거부감없이 재미있게 보았다.

특히 중간중간 원작에서 보여줬던 말장난이나, 특정 씬에 대한 오마쥬 등은 꽤 재미있다. 극장에서 혼자 낄낄대는 통에 옆 사람이 미친놈 취급해서 혼났지만, two weeks나 divorce 관련된 대사를 들으면 사실 원작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면 빵 터질 만한 구석이 있다. 그리고, 토탈리콜 그 자체이자, 토탈리콜을 대표하는 상징인 3개의 그것도 건재하다. 

물론 등급이 15세 이상으로 바뀐건지 과거의 그것처럼 적나라한 등장으로 인해 컬쳐쇼크를 주지는 못하고 그냥 모습과 대사를 통해 아 저게 그 유명한 '그것'이구나! 라는 추론을 할 수 있을 정도라 조금 섭섭하기도 하지만, 세계관이 바뀌고 배경이 바뀌고 시대가 바뀌어서 딱히 3개의 그것이 등장하기엔 좀 머슥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3개의 그것을 내놓은 감독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액션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엄청 세련되게 바뀌긴 했지만 몇몇 장면은 예전 원작에서 보았던 그 구도를 유지해서 뭔가 그리움을 느끼게 해준다. 스포일링이 될 수도 있어서 언급을 자제하지만, 직접 본다면 대충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을 듯. 

그 외에 전작에서 그냥 총질과 근접전 정도만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호버카 등과 엘리베이터 등 화려한 볼거리를 숨 쉴 새 없이 제공해준다. 덕분에 과거의 작품에서 계속해서 틈틈히 의문이 들었던 "헉 시발 꿈?" 이냐 "이건 리얼이야"에 대한 고민 없는 시원한 sci-fi 스파이 영화 한편을 본 느낌이 들 정도.

그래서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액션 자체도 재미있었고 그럭저럭 줄거리도 탄탄한지라 재미있게 관람했다.

2. 오리엔탈리즘에 관해서.

블레이드 러너의 그것과 좀 비슷한 분위기고, 뭐 여기서 내가 불편하게 읽었던 글은 피지배 대륙이 동양권 분위기를 보이고 있기에 동양권을 열등하게 바라보는 서양인의 시각이 녹아들어간 불쾌한 영화라고 하는데, 제발 영화 좀 편하게 보자.

하지만 악에 받쳐서인지 엄청 꼼꼼하게 디테일한 장면을 다 봄.

콜로니는 오스트레일리아로 동양과 가까운 서양의 이미지. 

세계관은 전쟁 이후 영국과 호주 말고는 다 사람이 살 수 없는 불모지라는 설정으로, 사실상 동양권 문화를 가진 피난민들이 호주로 유입될 확률이 높은 상황. 그리고 이러한 피난민들이 정착을 한 후 대부분 자국의 문화를 바탕으로 한 건축양식이나 이미지를 가진 모습으로 살아간다는건 "차이나타운"이나 "재팬타운", 그리고 "코리아 타운"을 보면 알 수 있다. 

블레이드 러너의 세계관처럼 불분명한 상황에서 더럽고 음란한 문화 전반이 기모노 입은 여자들로 대변되고 있다면 충분히 저 해석에 납득하고 나 역시도 분기탱천했겠지만, 이러한 배경설정이 있어 동양권 문화가 녹아있는 건축양식과 분위기가 등장하는 것에 대해서 그다지 불쾌한 감정이 들지는 않았음. 왜냐하면 필연적으로 동양인들이 '인구구성'상 많을 배경을 가지고 있으니까. - 거기다가 사실 모든 거리가 다 저렇게 동양문화권을 바탕으로 한 배경도 아님.

그리고 기사에서는 오묘하게 동양인만 잡힌 스샷을 올려서 그럴싸하게 보이긴 하지만 영화 전반에 걸쳐서 동양인과 서양인이 고르게 등장하는게 콜로니 배경이다. 약쟁이, 창녀, 거지들 모두 3인종 모두 등장한다. 거기다가 뭐 영국에서도 곧잘 동양인과 동양권 브랜드들이 노출되는 것도 보니까..... 

오히려 국가가 무너지고 난 후 지배 - 피지배라는 두가지 관점에서 다가서는게 더 현명할 것 같은데, 이걸 '서양인들이 동양문화를 열등하게 본다'라고 해석해버리니 반감이 절로 가고 영화 보고 나서도 이 글에 대한 불쾌감이 가시질 않는다. 뭐 이제부터 이런 비슷한 글은 안 보면 그만이겠지.

사실 할 말은 많은데, 여기까지만 하고, 이제 오마이뉴스는 진짜 눈에 걸려도 보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하며 글을 마친다.

이만 총총!